상처뿐인 제 19회 금사참외축제, 계속 이어가야 하나?
- Admin
-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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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금사참외축제가 지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여주시 금사면에서 ‘금사참외와 사랑에 빠지다’를 주제로 열렸다. 민간이 주최하는 금사참외축제는 2006년부터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개최되어 왔으며, 올해는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인기 가수 박서진의 출연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축제는 많은 아쉬움과 논란을 남기며 ‘상처뿐인 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주시는 올해 1억 3천만 원의 예산을 금사참외축제위원회에 지원했고, 축제 종료 후 위원회는 회계처리 내역을 면사무소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산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매년 같은 방식으로 회계가 처리되다 보니 예산 사용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은 후한 인심과 다채로운 즐길 거리, 풍성한 먹거리를 기대한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70여 곳의 참외 재배 농가 중 25곳만이 행사장 부스에 참여하며, 해마다 축제 참여 농가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많은 관광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참외를 구매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찾아오지만, 실제 판매 가격은 대형마트와 큰 차이가 없어 “굳이 이곳까지 올 필요가 있었나”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낳았다.
시식용 참외도 문제였다. 품질이 고르지 않아 최상급부터 최하급까지 맛과 식감이 제각각이었고, 이는 오히려 구매 의사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참외는 소비자가 외형만으로 맛을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시식용 제품은 판매자가 먼저 맛을 보고 손님에게 제공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식 제공 방식에서도 불쾌한 경험이 이어졌다. 일부 판매자는 시식용 참외를 지나치게 작게 자르거나, 손님 앞에서 한숨을 쉬며 불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어떤 매대에서는 이쑤시개 제공을 꺼리며 “한 번 쓴 건 들고 다니세요”라는 식으로 손님을 훈계하기도 했다. 축제위원회 차원에서 이쑤시개를 공동 구매해 넉넉히 제공했다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다. 더불어 시식용 칼을 위생적이지 않은 물에 씻어 재사용하는 모습도 목격되어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판매용 참외의 품질도 논란이 되었다. 일부 박스에는 배꼽이 크거나 기형적인 참외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러한 상품들이 별도의 안내 없이 정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아 ‘참외 없는 참외축제’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이미 출하시기가 지난 참외가 판매된 데다, 예상된 수급 부족에 대해 축제 전까지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전에 상황을 파악했다면 참가하지 않은 이웃 농가에서 구매해와 제공 받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안내도 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참외를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먹거리 부문에서도 실망이 컸다. 야시장에서는 대중의 입맛에 맞춘 음식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지역 음식점 매대에서는 맛이 없어 버려지는 음식이 적지 않았다. 조리 담당자의 대부분이 가정주부 출신이었으나, 대량 조리에 대한 경험 부족과 계량 없는 조미료 사용 등으로 음식 맛이 들쭉날쭉했다. 사전에 정확한 레시피와 충분한 조리 연습이 있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다.

기초적인 편의시설인 화장실 문제도 여전했다. 일부 화장실은 여성 이용객을 배려해 잘 운영되었으나, 다른 구역은 여전히 긴 줄이 이어졌고, 남성 화장실은 텅 비어 있는 등 비효율적인 운영이 반복됐다. 고장 난 화장실의 물 공급도 즉시 복구되지 않아 위생에 대한 불만이 컸다.
참여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휴일에도 강제 동원되어 민원 처리를 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쳤다는 반응을 보였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매대에서는 이장이 다른 매대에서 술을 마신 것이 문제가 되어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참외 매대가 조기 종료되자, 그 자리에 출연 가수 관련 상품을 유료로 판매하는 매대가 들어섰다. 이에 대해 기자가 축제 관계자에게 공식 취재를 요청했으나 “불법으로 단정하지 말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의 요지를 설명했음에도 “잘못됐으면 환불하면 될 것 아니냐”며 기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자아냈다. 문제를 지적한 기자가 오히려 트집을 잡는 사람으로 몰리는 분위기였다.
유명 가수 초청은 일시적인 흥행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대부분 당일치기 방문객이 많아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참외 부족, 먹거리 부족,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일부 팬들의 짧은 방문 외에는 큰 의미가 없는 행사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관계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개선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축제를 비판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운영과 준비가 없다면, 이 축제를 계속 이어가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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